독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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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음식 간 보기_임보독서/시 2023. 3. 15. 09:11
마누라 음식 간 보기_임보 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가져와 한 숟갈 내밀며 간을 보라 한다. 그러면 “음, 마침 맞구먼. 맛있네!” 이것이 요즈음 내가 터득한 정답이다. 물론, 때로는 좀 간간하기도 하고 좀 싱겁기도 할 때가 없지 않지만 만일 “좀 간간한 것 같은데” 하면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뭣이 간간히요? 밥에다 자시면 딱 쓰것구만!” 하신다. 만일 “좀 삼삼헌디” 하면 또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짜면 건강에 해롭다요. 싱겁게 드시시오” 하시니 할 말이 없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고? 아내 음식 간 맞추는 데 평생이 걸렸으니 정답은 “참 맛있네!”인데 그 쉬운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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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단정히_박노해독서/시 2023. 3. 13. 08:26
늘 단정히_박노해 초등학교 입학식 날 낡은 옷을 빨아서 풀을 먹이고 숯불 다리미로 다려 입혀주며 어머니가 당부하셨다 아들아, 오늘부터 넌 어엿한 학생이다 늘 마음을 밝게 하고 시선을 바로 해야 쓴다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몸가짐과 옷차림마저 단정치 못하면 그건 네 탓이다 가난과 불운이 네 눈빛을 흐리게 하지 말거라 이제 너는 스스로 헤쳐 갈 창창한 학생이다 그날 아침 혼자서 타박타박 황톳길을 걸어 입학식에 가던 나는, 학생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걸어 나가던 나는, 떨리고도 환한 마음으로 입술을 꼬옥 물었다 그날 이후 아무리 험한 조건에서도 나는 어머니의 그 말을 떠올려왔다 밥을 먹을 때도 말을 할 때도 글씨를 쓸 때도 걸음을 걸을 때도 늘 반듯이 하고자 애써왔다 가난하고 힘이 없고 고달프다 하여 내가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