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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_ 신석정
    2021. 10. 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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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신석정[辛夕汀, 1907.7.7~1974.7.6]



    雲母처럼 투명한 바람에 이끌려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푸른 하늘의 대낮을 흰 달이 소리 없이 오고가며

    밤이면 물결에 스쳐나려가는 바둑돌처럼

    흰구름 엷은 사이사이로 푸른 별이 흘러갑데다


    남국의 노란 은행잎새들이

    푸른 하늘을 순례한다 먼 길을 떠나기 비롯하면

    산새의 노래 짙은 숲엔 밤알이 쌓인 잎새들을 조심히 밟고

    묵은 산장 붉은 감이 조용히 석양 하늘을 바라볼 때

    가마귀 맑은 소리 산을 넘어 들려옵데다


    어머니

    오늘은 고양이 졸음 조는

    저 후원의 따뜻한 볕 아래서

    흰 토끼의 눈동자같이 붉은 석류알을 쪼개어먹으며

    그리고 내일은 들장미 붉은 저 숲길을 거닐며

    가을이 남기는 이 현란한 풍경들을 이야기하지 않으렵니까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시집『촛불』(인문사,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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