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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번 해 봐 (번역: 조희정), 도리안 로시 2025. 6. 14. 16:24
어디 한번 해 봐 (번역: 조희정), 도리안 로가을이고, 우리는 책을 처분하는중이다, 은퇴할 준비를 하면서,더 작고 더 관리하기 쉬운 곳으로 이사하려하면서. 우리는 거꾸로 살고 있다,새로운 집을 노년에 맞게 만들면서, 바닥에걸려 넘어질 것이 없도록, 우리 몸의느려진 구조에 장애가 되는 게 없도록 하고,작은 2인 식탁을 둔다. 우리의 세상은줄어들고 있다, 우리 옷장은 거의 비었고,딱 붙는 치마와 춤출 때 신던 신발,여분의 물건들은 사라진다. 이제,누군가가 놀러 와서 우리의셰익스피어 전집을, 펼쳐진 사전에 꽂혀 있는매의 깃털을, 책장 위 쇠로 만들어진 천사를감탄하며 바라볼 때, 우리는 가져가라고말한다. 처분하는 시절, 이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간이다,우리가 뒤에 남기는 것이 마치당신이 지나간 후점점 더 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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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정다연시 2025. 5. 17. 07:38
어른이 되면, 정다연무례한 질문도 소화제 먹듯 잘 삼키고아픈 말도 탈 나지 않을 만큼만 기억할 수 있을까아끼느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유통기한이 지난 것도철 지난 옷과 한때는 소중했던 편지들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아까워하지 않고아무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을까악몽에 시달리지 않고아침이면 개운하게 눈을 뜨는어른이 되면 내가 살아 있다는 기쁨 알게 될까누군가 곁에 있어 줘서가 아니라폭식해서가 아니라단지 내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멋진 사람까진 되지 못하더라도첫눈을 밟으면 환해지고혼자서는 다 먹기 어려운맛있는 케이크를 사 들고 돌아오는 길기척도 없이 찾아온 불안이아니, 그 불안이 나를 잡아끌어도끌려가지 않고기적도 없이 찾아온 평화가아니, 그 평화가 너무 힘없이 보여도붙잡고 싶을 때나도 모르게 손을 뻗는 어른이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