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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집_반칠환 망치도 없고, 설계도도 없다 접착제 하나 쓰지 않고,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생가지 하나 쓰지 않고, 사정이만 재활용했다 구들장도 없고, 텔레비젼도 없지만 성근 지붕 새로 별이 보이는 밤이 길다 나무와 까치는 임대차 계약도 없이 행복하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_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별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봄_반칠환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