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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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는 영원하다_박노해시 2022. 12. 29. 17:49
나는 메시의 영원한 팬이다. 나는 메시로 끝내려 한다. 메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이들은 어떤 이해관계에 얽혀 있거나 실은 축구를 모르는 이들이다. 이제까지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 탁월한 베스트셀러 작가였다면 메시는 그라운드의 시인이다. '늘 냉정히' 경기장을 산책하듯 전체를 조망하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궁극의 기술로 단 한 줄로도 치명적인 시를 써낸다 메시는 패배도 잘한다 수많은 태클과 가격에 피도 잘 흘린다 “메시가 끝났다”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온갖 비난과 조롱에도 메시는 침묵한다 그리고 오직 경기로 그들을 침묵시킨다 90분 내내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서 모두가 낙담할 때도 메시는 한순간 시처럼 짧게, 번쩍 끝내버린다 축구에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그렇다 메시 말고는 시는 영원하다 메시는 영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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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_박노해시 2021. 7. 23. 10:43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박노해 봄비를 맞으며 옥수수를 심었다. 알을 품은 비둘기랑 꿩들이 반쯤은 파먹고 그래도 옥수수 여린싹은 보란듯이 돋았다. 6월의 태양과 비를 먹은 옥수수가 돌아서면 자라더니 7월이 되자 내키보다 훌쩍 커지며 알이 굵어진다. 때를 만난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네 맑은 눈빛도 좋은 생각도 애타고 땀 흘리고 몸부림쳐온 일들도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시련과 응축의 날들을 걸어온 작고 높고 깊고 단단한 꿈들도 때를 만난 사람보다 강력한것은 없으니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네 눈물도 희망도 간절한 사랑도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박노해의 '숨고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