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9월이 오면, 안도현
    독서/시 2024. 9. 17. 08:42
    반응형

    9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반응형

    '독서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기도, 김현승  (0) 2024.10.06
    무엇이 성공인가?  (0) 2024.09.17
    오늘을 사는 그대에게, 김사랑  (0) 2024.09.15
    개똥벌레 하나_김남주  (0) 2024.09.02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0) 2024.08.1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