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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송기원
    독서/시 2024. 8. 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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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송기원

    참 오래 머물렀다.
    주인이듯 내가 머무는 동안에, 몸은
    벼라별 모욕을 다 겪고, 몇 군데는 부러지고 꺾이고 곪아서, 끝내
    만신창이가 되었을 거다.

    귓구멍에 감창이 들어차고
    뱃구레 가득히 욕지기가 출렁거려
    똥구멍이 미어지는 수모를 견디고야, 비로소
    몸이 나를 버렸을 거다.

    이제 나는 몸이 없는 곳으로 떠난다.

    그렇게 몸이 없이 사방을 돌아보면, 아아,
    몸 이외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몸이 없는 곳에는 그 어떤 것도 없구나.

    송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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