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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의 편지, 서정윤
    독서/시 2024. 6. 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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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의 편지, 서정윤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그 빗방울에 젖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

    하늘에 그려지는 천둥과 번개로
    당신은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만
    그 아래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안고 보듬으며 나는
    아빠가 있다는 것으로
    달랩니다.

    당신의 일은 모두가 옳습니다만
    우선 눈에 보이는
    인간적인 쓸쓸함과 외로워하는
    아직 어린 영혼을 위해
    나는 쓰여지고 싶어요.

    어쩌면, 나는 우표처럼 살고 싶어요
    꼭 필요한 눈빛을 위해
    누군가의 마음 위에 붙지만
    도착하면 쓸모 다하고 버려지는 우표처럼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당신께로 보내는 작은 표시가
    되고 싶음은
    아직도 욕심이 많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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