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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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기도, 하인리히 하이네시 2024. 10. 7. 13:32
가을 기도, 하인리히 하이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쓸쓸함으로 그려내는 가을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이게 하소서 이 가을이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 고이 걸어두는 아름다운 가을이게 하소서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 향기 따라 가을을 실어옴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흐느낌 속에서도 이 가을이 내게 쓸쓸함이지 않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 하늘 뭉게구름 피어오르며 청명한 물길 따라 흐를 때 나 혼자 저 높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봄에 이 가을이 더 이상 외로움을 그려내는 가을이지 않게 하소서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내 고운님을 향한 나만의 곱고 고운 그리움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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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_ 신석정시 2021. 10. 5. 05:12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신석정[辛夕汀, 1907.7.7~1974.7.6] 雲母처럼 투명한 바람에 이끌려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푸른 하늘의 대낮을 흰 달이 소리 없이 오고가며 밤이면 물결에 스쳐나려가는 바둑돌처럼 흰구름 엷은 사이사이로 푸른 별이 흘러갑데다 남국의 노란 은행잎새들이 푸른 하늘을 순례한다 먼 길을 떠나기 비롯하면 산새의 노래 짙은 숲엔 밤알이 쌓인 잎새들을 조심히 밟고 묵은 산장 붉은 감이 조용히 석양 하늘을 바라볼 때 가마귀 맑은 소리 산을 넘어 들려옵데다 어머니 오늘은 고양이 졸음 조는 저 후원의 따뜻한 볕 아래서 흰 토끼의 눈동자같이 붉은 석류알을 쪼개어먹으며 그리고 내일은 들장미 붉은 저 숲길을 거닐며 가을이 남기는 이 현란한 풍경들을 이야기하지 않으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