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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돌방_조향미
    독서/시 2023. 1. 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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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돌방_조향미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콩깨강정을 한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 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콤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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