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_박노해
최교수
2021. 7. 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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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박노해
봄비를 맞으며 옥수수를 심었다.
알을 품은 비둘기랑 꿩들이 반쯤은 파먹고
그래도 옥수수 여린싹은 보란듯이 돋았다.
6월의 태양과
비를 먹은 옥수수가
돌아서면 자라더니 7월이 되자
내키보다 훌쩍 커지며
알이 굵어진다.
때를 만난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네 맑은 눈빛도
좋은 생각도
애타고 땀 흘리고 몸부림쳐온 일들도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시련과 응축의 날들을 걸어온
작고 높고
깊고 단단한 꿈들도
때를 만난 사람보다 강력한것은 없으니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네 눈물도 희망도 간절한 사랑도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박노해의 '숨고르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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