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나무, 신경림
최교수
2024. 11. 1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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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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